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 고전풍 권력극
‘경여년(庆余年) 시즌1’은 단순한 고대 배경의 고장극이 아니다. 원작 소설은 주인공이 현대에서 고대로 ‘타임슬립’하는 설정이지만 광총의 방송 규제로 인해 드라마는 다른 방식으로 각색하여 풀어낸다. 극 중 이야기는 대학생이 자신의 논문을 소설로 재구성하는 형식으로 시작한다. 덕분에 주인공 범한(장약윤)은 여전히 현대인의 사고방식을 지닌 인물로 등장하고 이것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범한은 신비로운 출생의 비밀을 지닌 청년으로 평범한 시골에서 자라다가 점차 권력과 음모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어린 시절부터 스승 비개(류화), 보호자 오죽(동몽실)과 함께 무공과 지혜를 쌓으며 성장한 그는 결국 경도(수도)로 들어가 세상과 맞닥뜨리게 된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는 건 사랑도 우정도 아닌 끝없는 암살자들의 그림자와 황실의 권력 다툼이다.

범한, 가장 입체적인 주인공
범한(장약윤)이라는 캐릭터는 단순히 정의감에 불타는 영웅이 아니다. 그는 냉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잔혹한 상황에서도 위트를 놓지 않는다. 위험한 순간에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대응하며 보통의 사극 주인공처럼 뻔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없고 이 불확실성이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만든다.
그의 삶은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삶의 기쁨’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본래는 조용히 가족과 함께 살고 싶어 하지만 출생의 비밀과 어머니의 유산, 황제의 시선이 그를 정치와 권력 다툼 속으로 끌어들인다. 결국 범한은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지켜야 할 사람들을 위해 싸울 수밖에 없다.
매력적인 조연과 강렬한 악역
‘경여년’의 힘은 주인공 범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개성 강한 조연들이 드라마를 더 풍성하게 만든다.
임완아(이심)는 일명 ‘닭다리 아가씨’로 불린다. 그녀는 범한과의 첫 만남부터 유쾌한 케미를 보여준다. 순수하면서도 의연한 모습으로 범한이 세상에 아직 공정함이 있음을 믿게 하는 인물이다. 왕계년(전우)은 능청스럽지만 지혜로운 동료로 범한과 함께 웃음과 감동을 책임진다. 범약약(송일)은 청순한 외모와 똑 부러진 지성으로 ‘국민 여동생’ 같은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한다.
악역 역시 만만치 않다. 장공주(이소염)와 황실의 권력자들은 범한의 앞길을 가로막으며 이야기의 긴장을 끝까지 끌어올린다. 심지어 조연 중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는 인물이 많다. 진평평(오강)이나 언빙운(샤오잔) 같은 캐릭터는 비록 시즌1에서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경여년 시즌2(2024)’에선 중요한 열쇠를 쥔 인물로 기대를 모은다.
장르를 넘나드는 독특한 매력
‘경여년’은 권력 투쟁과 정치 음모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의외로 웃음 포인트가 많다. 범한이 현대식 표현을 은근슬쩍 던질 때마다 ‘이질감’보다는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동시에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들도 많아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게 만든다.
또한 무술 장면은 영화 못지않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실감 나는 액션과 정교한 무술 연출, 예상치 못한 타이밍의 코믹 요소가 결합되며 ‘사극 액션 코미디’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다.

정치 음모와 인간 군상의 깊이
표면적으로는 유쾌하고 경쾌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경여년’은 사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잔혹함을 날카롭게 그려낸 작품이다. 황제는 따뜻한 얼굴 뒤에 냉혹한 계산을 숨기고 있고 신하들은 충성과 배신을 오가며 가족조차도 서로를 믿지 못한다.
이 와중에 범한은 늘 질문을 던진다. ‘정의는 존재하는가? 공정한 세상은 가능한가?’ 그의 고민은 단순히 허구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그대로 와닿는다. 이 때문에 ‘경여년’은 단순한 판타지 사극을 넘어 ‘인생’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배우들의 열연과 완성도 높은 제작
‘경여년’이 지금까지도 호평을 받는 이유는 스토리뿐 아니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에도 있다. 주연 장약윤은 범한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들어 냉소와 진심, 유머와 슬픔을 자유자재로 표현한다. 특히 그가 동생들과 함께 있을 때의 따뜻함과 적 앞에서 보여주는 냉혹한 표정의 대비는 압권이다.
조연진 역시 화려하다. 중국 1급 배우 7인을 비롯하여 베테랑 배우들과 신예 배우들이 조화를 이루며 극의 밀도를 높인다. 곽기린, 동몽실, 전우 같은 배우들의 존재감은 작은 장면에서도 크게 빛난다. 또한 마지막 에피소드에 잠깐 등장하는 샤오잔은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린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즌2에선 언빙운 역을 오행건이 맡아 샤오잔은 등장하지 않는다.
시즌1의 의미와 시즌2
시즌1은 총 46부작으로, 수많은 음모와 반전을 쏟아내면서도 끝내 모든 수수께끼를 풀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비밀과 복선을 남기며 시즌2를 예고한다. 어머니의 죽음, 황제와 범한의 관계, 언빙운의 정체 등은 모두 다음 시즌의 핵심 떡밥이다. 결국 ‘경여년’은 단순히 한 번 보고 끝낼 드라마가 아니다. 복잡하게 얽힌 복선과 인물들의 미묘한 표정 연기까지 곱씹을수록 새로운 의미가 드러난다.

결론 : 왜 ‘경여년’이 특별한가
‘경여년(庆余年)’은 웃음과 눈물, 액션과 정치극, 권모술수와 인간미가 절묘하게 교차하는 대작이다. 무엇보다도 주인공 범한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입체적 매력이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여기에 수준 높은 연출, 세밀한 대본, 배우들의 열연까지 어우러져 2019년 방영 당시 중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이 말하는 ‘삶의 기쁨’은 단순한 행복이 아니다. 혼란과 고난 속에서도 올곧게 살아가려는 의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려는 마음, 불합리한 세상에 맞서는 용기다. 그렇기에 ‘경여년’은 단순한 고장극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작품 정보
• 드라마 제목 : 경여년 시즌1(庆余年 | Joy of Life)
• 장르 : 중국드라마, 고장극, 로맨스, 미스터리, 무협, 판타지, 타임슬립
• 편수 : 총 46부작
• 방송 : 2019.11.26.~2020.01.01. 아이치이, 텐센트 비디오
• OTT 스트리밍 : 티빙
• 원작 : 묘니(猫腻)의 웹소설 ‘경여년(庆余年)’
• 극본 : 왕권
• 감독 : 손호
• 등장인물(출연배우) : 범한/장칭(장약윤, 아역 한호림), 임완아(이심), 범약약(송일), 노부인(조취분), 범건(고서광), 류여옥(조가), 범사철(곽기린), 오죽(동몽실), 비개(류화), 등재형(왕약), 왕계년(전우), 경국황제 경제(진도명), 황후(여비홍), 태자 이승건(장호유), 2황자 이운(류단단), 장공주 이운예(이소염), 진평평(오강), 언빙운(샤오잔), 북제황제 전두두(류미동), 사리리(이순), 해당타타(신지뢰), 연소을(이자봉), 엽령아(한구락), 후공공(최지강), 재상 임약보(우양), 고달(이준현), 소은(우영광), 심중(우소위), 주격(해일천), 장묵한(허환산), 곽보곤(가경휘), 숙귀비(린징), 의귀빈(수준파), 3황자(곽자범), 임대보(동가비), 임공(강걸), 태후(정육지), 언약해(이강), 매집례(이건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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