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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브로맨스 리뷰/BL 영화

[퀴어영화] 레위기(Leviticus): 악령보다 무서운 혐오, 줄거리·캐릭터 분석·시청포인트 리뷰

by 씬토커(SceneTalker) 2026.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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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종교적 신념이 낳은 기괴한 퇴마 의식과 초자연적 추적 호러

"네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의 얼굴을 하고, 너를 죽이러 온다."

 

구약성경의 지침서이자 동성애 규탄 문구로 자주 인용되는 '레위기(Leviticus)'가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출신의 신예 감독 아드리안 키아렐라(Adrian Chiarella)의 손에서 기괴하고도 매혹적인 심리 호러 영화로 재탄생했다.

 

한국에서 20261021일에 개봉하는 영화 레위기(Leviticus)’는 러닝타임 88분 동안 숨 막히는 긴장감과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며, 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부천 초이스 월드' 장편 작품상을 거머쥔 마스터피스다.

 

데이빗 로버트 미첼 감독의 팔로우(It Follows, 2015)’가 성적 접촉을 통해 전이되는 기형적인 추적 악령을 그렸다면 레위기는 이를 한 단계 더 비틀어 억압된 욕망과 신앙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을 호러 메커니즘으로 승화시킨다. 종교적 극단주의, 퀴어 서사, 예측 불가능한 초자연적 공포를 결합한 매력적인 작품이다.

 

레위기(Leviticus) 포스터

 

이 작품은 보수적인 호주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신앙이라는 명목 아래 자행되는 '전환 치료(Conversion Therapy)'가 어떻게 인간의 영혼과 육체를 파괴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심리 스릴러다.

 

성경 레위기 구절을 교조적으로 봉대하는 극단적 기독교 공동체 속에서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성정체성의 혼란과 죄의식은 곧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적 악령으로 형상화된다.

 

오프닝의 충격적인 샤워실 단독 살인 사건부터 시작해 90분에 가까운 짧은 러닝타임 동안 쉬지 않고 몰아치는 짓눌린 분위기와 파라노이아(피해망상)는 관객의 목을 조여온다. 단순한 점프 스케어 위주의 B급 공포를 넘어 인물의 감정과 공포를 교차시키는 차가운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레위기(Leviticus) 포스터

줄거리: 사랑과 배신, 그리고 욕망을 집어삼키는 악령의 굴레

아버지의 사망 후 수줍은 소년 나임(조 버드)은 독실하다 못해 광신적인 어머니 알린(미아 바시코프스카)과 함께 호주의 보수적인 시골 마을로 이사 온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던 중 그는 마을의 인기남이자 반항적인 매력을 지닌 라이언(스테이시 클라우센)을 만나고, 둘은 폐공장 등을 아지트로 삼아 비밀스러운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평화는 오래가지 않는다. 나임은 라이언이 마을 목사의 아들인 헌터(제레미 블루잇)와 몰래 키스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한다. 걷잡을 수 없는 배신감과 질투에 휩싸인 나임은 곧바로 로드 목사(이웬 레슬리)에게 이 사실을 폭로해 버린다. 보수적인 시골 공동체 마을에서 이 밀고는 두 소년의 삶을 단번에 지옥으로 떨어뜨린다.

 

마을 신도들은 라이언과 헌터 안에 들어찬 부정한 영(동성애)을 쫓아내겠다며 외부에서 전문 '해방 치료사'(니콜라스 호프)를 불러들인다. 엑소시즘을 역으로 뒤집은 듯한 기괴한 전환 치료 의식이 거행되고 이 섬뜩한 광경을 지켜보던 나임의 어머니 알린 역시 아들 안에 남은 죄악의 씨앗마저 뿌리 뽑아야 한다며 나임에게도 동일한 의식을 받을 것을 강요한다. 결국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의식을 치르게 된 나임마저 저주의 굴레에 깊숙이 얽히고 만다.

 

이 의식은 구원이 아니라 '피해자가 가장 열렬히 욕망하는 대상의 형상을 한 악령'을 세상에 불러내는 시발점이 된다. 의식 직후 헌터가 자신이 갈망하던 환영에게 잔혹하게 목숨을 잃고, 나임과 라이언 역시 서로의 모습을 한 채 다가오는 악령의 타깃이 된다. 오직 본인들의 눈에만 보이는 가장 사랑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무참히 파괴하려 드는 악령의 추적 속에서 두 소년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사투를 시작한다.

 

나임/Naim(조 버드/Joe Bird), 라이언/Ryan(스테이시 클라우센/Stacy Clausen)

캐릭터 분석: 욕망과 죄의식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들

나임(조 버드): 죄의식과 내면의 억압에 갇힌 소년

영화 톡 투 미(Talk to Me, 2022)’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조 버드가 연기한 나임은 섬세하고 내향적인 소년이다. 강압적인 어머니 밑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긴 채 살아왔으나 라이언을 통해 비로소 진짜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배신감에 사로잡혀 저지른 한 번의 밀고가 스스로와 연인을 사지로 몰아넣었고, 결국 어머니의 강요로 자신마저 괴기스러운 의식을 치렀다는 거대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조 버드는 악령을 바라볼 때의 아득한 공포와 눈앞의 인물이 진짜 라이언인지 자신을 죽이러 온 악령인지 분간하지 못해 겪는 혼란을 눈빛 하나만으로 완벽하게 입증해 낸다.

라이언(스테이시 클라우센): 반항적인 겉모습 뒤에 숨겨진 진실한 사랑

스테이시 클라우센이 맡은 라이언은 위험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풍기는 소년이다. 겉으로는 의연하고 자신감 넘쳐 보이지만 거친 시골 마을의 동성애 포비아적 시선 속에서 누구보다 깊은 외로움을 겪고 있다.

 

나임의 밀고와 뒤이은 잔혹한 퇴마 의식으로 인해 끔찍한 고통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나임을 원망하기보다 품어주는 깊은 내면을 보여준다. "이 괴물과 함께 살아야 한다면 다른 누군가가 아닌 너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 좋겠어"라는 그의 대사는 영화에서 가장 슬프고도 강렬한 순간을 완성한다.

알린(미아 바시코프스카): 신앙이라는 미명 하에 자식을 파괴하는 어머니

미아 바시코프스카가 연기한 알린은 자식을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종교적 폭력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차갑고 경직된 외면을 지닌 그녀는 아들의 내면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종교적 교리로 틀어막으려 하며 결국 아들까지 해방 치료사의 손에 넘기는 결정적 가해를 저지른다.

 

"너를 돕기 위해서야. 공포가 있어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어"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그녀의 냉혹한 모습은 초자연적인 악령보다 오히려 핏줄이라는 이름의 인간이 더 무서울 수 있음을 고뇌하게 만든다.

로드 목사(이웬 레슬리) & 해방 치료사(니콜라스 호프): 억압의 시스템을 구축한 가해자들

지역 교회의 수장이자 헌터의 아버지인 로드 목사와 부정한 영을 쫓아낸다며 라이터를 켰다 끄는 기괴한 주술적 의식을 행하는 해방 치료사는 종교적 광기가 어떻게 시스템화되는지를 상징한다. 그들이 행하는 의식은 구원이 아닌 저주를 부르는 촉매제이며 이들이 만들어낸 억압적 환경이 결국 젊은 영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진짜 ''임을 증명한다.

 

레위기(Leviticus)

시청포인트: 영화 레위기를 관람해야 하는 4가지 이유

'가장 사랑하는 존재가 나를 죽이려 한다'는 참신하고 파괴적인 공포 기믹

팔로우(It Follows, 2015)’가 낯선 이들의 추적으로 불쾌감을 유발했다면 레위기는 본인이 가장 간절하게 원하는 사람의 모습을 한 악령이 다가온다는 점에서 극강의 파라노이아를 선사한다.

 

나임과 라이언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정작 상대방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그가 '진짜 연인'인지 아니면 '나를 죽이려는 악령'인지 끊임없이 의심해야만 한다. 욕망 자체가 생존을 위협하는 스위치가 되는 설정이 주는 심리적 압박감이 압권이다.

조 버드 X 스테이시 클라우센, 두 신예 배우의 폭발적인 케미스트리

두 주연 배우의 호흡은 이 영화의 완전한 동력이다. 청소년기 특유의 설렘과 열정부터 서로를 향한 원망, 그리고 생존을 위한 불완전한 용서에 이르기까지 감정의 스펙트럼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특히 악령이 타깃 외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설정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공중을 향해 극도의 공포를 표출해야 하는 연기에서 두 배우의 감정선은 관객의 소름을 돋운다.

차가운 톤앤매너와 제드 커젤(Jed Kurzel)의 유영하는 음악이 만드는 서스펜스

회색과 푸른빛이 감도는 호주의 몽환적이면서도 거친 풍광을 담아낸 타이슨 퍼킨스 촬영감독의 카메라워크가 일품이다. 여기에 바바둑(The Babadook, 2015)’, ‘에이리언: 커버넌트(Alien: Covenant, 2017)’ 등의 음악을 맡았던 제드 커젤의 음악이 더해져 아름답고 몽환적인 순간마저 순식간에 불길하고 서늘한 악몽으로 바꿔버린다.

공포라는 장르로 완성한 날카로운 사회적 메세지

이 작품은 단순히 깜짝 놀라게 하는 팝콘 무비가 아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전환 치료의 비인간성과 성소수자들이 사회적 혐오 속에서 느껴야 하는 '자기혐오' '공포'를 초자연적 현상으로 완벽히 은유해 낸다. "그들은 우리가 서로를 두려워하길 바란다"는 라이언의 대사처럼 혐오가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갈라놓는지를 호러라는 장르적 틀을 빌려 직관적이고 뼈아프게 파고든다.

 

레위기(Leviticus)

총평: 악령보다 무서운 혐오의 시대, 그럼에도 끊어지지 않는 구원의 서사

아드리안 키아렐라 감독은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된 감각으로 독창적인 오컬트 세계관을 구축해 낸다. 성경 레위기라는 금기의 텍스트를 거꾸로 뒤집어, '타인을 미워하라'는 혐오의 메시지 대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레위기 19:18)"는 진정한 사랑의 본질을 되묻게 만드는 연출력이 대단히 돋보인다.

 

스릴러로서의 서스펜스는 물론 인물들이 느끼는 고립감과 절망, 그 안에서 피어나는 애틋한 구원의 서사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90분 남짓한 시간 동안 관객은 단순히 악령의 추적을 감상하는 제3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억압받는 인물들의 신발을 신고 함께 달리는 듯한 생생한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 가장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호러 영화를 찾고 있다면 레위기(Leviticus)’는 꼭 봐야할 명작이다.

 

작품 정보

제목: 레위기(Leviticus)

장르: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영화, 퀴어, 심리, 초자연적, 공포, 호러, 스릴러, SF, LGBTQ+

개봉: 2026.10.21. 러닝타임 88, 15세 이상 관람가

각본&감독: 아드리안 키아렐라(Adrian Chiarella)

등장인물(출연진): 나임/Naim(조 버드/Joe Bird), 라이언/Ryan(스테이시 클라우센/Stacy Clausen), 알린/Arlene(미아 바시코프스카/Mia Wasikowska), 헌터(제레미 블루잇/Jeremy Blewitt), 로드/Rod(이웬 레슬리/Ewen Leslie), 전환 치료사(니콜라스 호프/Nicholas Hope), 이지/Izzie(Davida McKenzie), 캐시/Cathy(Julia Grace), 마카/Macca(Hyu Motoki), 재키/Jacky(Edwina Wren), /Bill(David Sera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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