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Buried Hearts)’은 단순한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 재벌가의 비밀, 정치권력 싸움, 가족의 복수극, 사랑과 배신이 뒤엉킨 이야기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전개와 박형식의 어두운 연기로 인해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다만, 산으로 간 스토리와 찜찜한 결말은 아쉬움을 남긴다.
초반 몰입도는 최고, 후반은...?
처음 몇 화는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2조 원이라는 거금을 둘러싼 해킹 사건, 살인, 정치권과 재벌의 은밀한 커넥션까지 각 캐릭터들이 숨기고 있는 야망이 서서히 드러나며 흥미를 끈다. 특히 서동주(박형식)와 염장선(허준호)의 두뇌 싸움은 흡사 체스 게임처럼 정교하고 냉혹하다.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이야기가 너무 많은 요소를 욕심낸다. 비밀 출생, 기억 상실, 복수, 로맨스, 권력 쟁탈전까지 한꺼번에 넣다 보니 중심이 흔들린다. 심지어 몇몇 인물들의 행동은 납득이 안 될 정도로 갑작스럽다. 후반부에는 작가조차 스토리를 통제하지 못한 듯한 인상을 준다.
캐릭터 분석: 누구를 위한 드라마였나
- 서동주: 박형식의 어두운 진화
이번 작품에서 박형식은 자신의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는다. 기존의 로맨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냉철하고 계산적인 ‘안티히어로’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복수심과 인간적인 고뇌 사이를 오가는 그의 연기는 시청자에게 강한 몰입감을 준다. 마지막 눈물의 오열 장면은 이 드라마의 감정적 정점을 찍는다.
- 염장선: 권력 그 자체
국정원 출신 법학 교수라는 설정답게 허준호는 교활하면서도 위압감 있는 ‘권력 중독자’를 섬뜩하게 표현해 낸다. 세상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조종하려는 그의 집착은 극 전반에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 여은남: 과소비된 잠재력
여은남(홍화연)은 복잡한 내면을 지녔지만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캐릭터다. 재벌 상속녀로서 자신의 감정과 가족, 회사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캐릭터의 성장이 멈춘다. 로맨스와 감정선이 어설프게 처리되어 그녀의 결말이 납득되지 않는다.
- 허일도: 설득력 없는 대반전
허일도(이해영)는 처음에는 악의 축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막판 ‘사실은 친아버지’라는 설정과 구원의 죽음은 너무 급작스럽고 억지스럽다. 냉혹한 악당이 갑자기 회개하는 클리셰가 혼란스럽게 만든다.
로맨스, 있어야 했나?
서동주와 여은남의 관계는 드라마의 감정적 축이다. 하지만 중요한 장면들이 종종 묻히거나 설득력 없는 선택들로 인해 감정 몰입이 깨진다. 특히 동주를 배신한 여은남과의 ‘엔딩 키스’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부분이다.
가장 슬픈 캐릭터, 허태윤
드라마에서 가장 순수한 허태윤(윤상현)이 마지막에 죽음을 맞는 장면은 이 드라마의 도덕적 균형을 무너뜨린다. 악인들은 살아남고 선한 인물은 죽는다. 그의 죽음이 너무 깊은 허무함을 안겨서 복수극의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연출과 연기, 그나마 빛났다
서사가 불안정하지만 촬영과 연출은 훌륭하다. 프레이밍, 색감, 화면 구성이 세련돼 영화 같은 비주얼을 보여주고 배우들의 연기는 전체적으로 아주 뛰어나다. 특히 박형식, 허준호, 이해영 세 배우는 혼란스러운 극을 떠받치는 힘이 되어준다.
결말: 시청자도 버려진 느낌
결말은 뜬금없는 ‘출항’으로 마무리된다. 서동주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고 염장선은 감옥에 갔다가 풀려났다 다시 잡힌다. 무엇도 명확하지 않은 열린 결말. 도대체 '16부작 동안 뭘 본 거지?'라는 허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총평: 박형식을 위한 드라마였던가
'보물섬'은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버틴 드라마다. 서사는 산만하고 감정선은 종종 납득이 안 되지만 배우들이 만든 장면 하나하나는 강렬하다. 특히 박형식의 활약은 인생작이라 불릴 만하다. 그러나 그 외의 요소들은 아쉬움이 크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복잡하고 어두운 인간 심리에 흥미가 있는 분
- 박형식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은 분
- 정치, 재벌, 복수극 요소가 많은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
이런 분들께는 비추천
- 로맨스 서사에 기대를 거는 분
- 깔끔한 마무리를 원하시는 분
- 논리적인 전개와 현실적인 감정선을 중시하는 분
'보물섬'은 제목처럼 많은 감정과 관계를 묻어버린 드라마다. 강렬하지만 결국 남는 건 허무다.
작품 정보
● 드라마 제목 : 보물섬(Buried Hearts)
● 장르 : 한국드라마, 범죄, 미스터리, 서스펜스, 스릴러, 느와르, 액션, 정치, 복수
● 편수 : 총 16부작 + 스페셜 1부작
● 방영 기간 : 2025.02.21.~04.12.
● 스트리밍 : 웨이브(Wavve), 디즈니+(Disney+)
● 출연배우(등장인물) : 박형식(서동주), 허준호(염장선), 이해영(허일도), 홍화연(여은남), 우현(차강천), 차우민(지선우), 윤상현(허태윤), 권수현(염희철), 홍수현(차국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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