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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한국 영화

영화 파과 리뷰: 이혜영이 만든 전무후무한 여성 킬러의 세계

by 씬토커(SceneTalker) 2025.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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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동 감독의 신작 영화 '파과'는 은퇴 직전의 여성 킬러 '조각 손톱(이혜영)'을 주인고응로 한 독특한 액션 스릴러다. 원작은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이며, 김성철, 김무열, 연우진, 옥자연 등 탄탄한 캐스팅과 함께 노년의 폭력, 윤리의 경계를 묻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 리뷰에서는 줄거리, 캐릭터 분석, 액션 연출, 주제 의식까지 깊이 있게 다룬다. 

 


파격적인 설정, 그러나 익숙한 장르 문법

주인공 '조각 손톱'(이혜영)은 "해충 제거"라는 명분 하에 수십 년간 범죄자를 암살해 온 전설적인 킬러다. 그녀는 잔혹한 세계 속에서도 냉정한 판단력과 특유의 기술, 특히 독을 바른 칼을 무기로 삼아 살아남는다. 그러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손의 떨림, 약해지는 몸, 조직의 냉대, 그리고 젊고 잔인한 후배 킬러 '투우'(김성철)의 등장. '파과'는 이 모든 변화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되찾으려는 '조각 손톱'의 사투를 따라간다.

 

이 설정은 마치 여성 버전의 존 윅처럼 보이지만, 영화의 전개는 훨씬 느리고 서정적이다. 액션보다는 주인공의 내면, 회한, 그리고 '노년의 존재감'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하지만 동시에, 클리셰적인 요소—비밀 조직, 배신, 복수, 감춰진 과거—가 다소 전형적으로 사용돼 신선함은 줄어든다.


서사 구조의 혼란과 감정 거리감

'파과'의 가장 큰 약점은 서사의 과잉이다. 영화는 현재의 암살 임무와 과거의 회상을 반복적으로 교차 편집하며, '조각 손톱'이 왜 이 길을 걷게 되었는지 서서히 밝혀낸다. 하지만 이 방식이 이야기의 흐름을 자주 끊고, 몰입을 방해한다. 감정적으로 몰입할 순간에 과거 회상이 끼어들며, 캐릭터와 관객 사이에 정서적 거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조각 손톱'은 분명 흥미로운 캐릭터지만, 관객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지는 않는다. 그녀의 윤리적 변화, 감정의 진폭이 더 깊이 그려졌다면 영화는 훨씬 더 강한 여운을 남겼을 것이다.


액션과 미장센 – 나이든 킬러의 새로운 스타일

'조각 손톱이' 의 액션은 그 자체로 독특하다. 민첩한 몸놀림보다는 경험과 지혜, 주변 환경을 활용한 전술이 중심이다. 폐허가 된 놀이공원에서 벌어지는 클라이맥스 전투는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시각적 스타일과 서사적 결말이 동시에 어우러진다. 누아르풍 조명, 좁은 복도, 도시의 어둠을 활용한 화면 구성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액션 연출에서 몇몇 장면은 루즈하거나 동선이 어수선하며, 스턴트 편집의 일관성도 부족하다. 특히 '조각 손톱'이 수십 명과 싸우는 전설적인 과거 장면은 기대와 달리 간단히 지나가버려 아쉬움을 남긴다.


노년과 폭력, 그리고 윤리적 질문

'파과'가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는 '늙어도 쓸모 있다'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다. 영화는 차츰 '조각 손톱' 이 자신이 수행해 온 '살인의 정의'에 회의하는 모습을 통해, 도덕과 윤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녀는 더 이상 맹목적으로 죽이지 않는다. 주어진 임무조차도 다시 생각하고, 연민을 품기 시작한다. 하지만 조직은 그런 약함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러한 전환은 영화의 후반부를 지탱하는 핵심이다. 하지만 동시에, 조직의 이념은 끝까지 명확히 해명되지 않고, '투우'의 복수 동기 또한 다소 모호하게 그려져 이야기가 겉도는 인상도 있다.


결론 – 참신한 시도, 아쉬운 완성도

'파과'는 확실히 흔하지 않은 영화다. 은퇴 직전의 여성 킬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용기, 그리고 이혜영의 존재감은 극을 끌고 나간다. 그녀는 단순한 액션 스타가 아닌, 고독하고 위태로운 인간으로서 노년의 의미를 체현해 낸다. 하지만 영화 전체로 보면, 이야기의 구조적 혼란과 과도한 회상, 감정적 거리감 등으로 인해 완성도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액션 장르에 신선한 시선을 더했다는 점에서 '파과'는 충분히 시도해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다만, 관객에게 필요한 건 액션 기대치가 아닌, 감정적 준비일지도 모른다.

 

작품 정보

영화 제목 : 파과(The Old Woman With The Knife)

장르 : 한국영화, 액션, 스릴러, 미스터리, 드라마

개봉 : 2025.04.16.

상영 시간 : 122(2시간 25)

각본&감독 : 민규동

출연배우(등장인물) : 이혜영(조각 손톱), 신시아(어린 조각 손톱), 김성철(투우), 정현준(어린 투우), 김무열(), 연우진(강봉회), 김강우(손실장), 옥자연(초엽), 조한철(배종선), 최무성(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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