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리뷰/한국 영화

영화 승부: 이병헌vs유아인, 바둑판 위의 내면 전쟁

by 씬토커(SceneTalker) 2025. 5. 13.
반응형
김형주 감독의 영화 ‘승부’는 실존 인물 조훈현과 이창호, 두 바둑 천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바둑을 잘 모른다면 진입장벽이 있을 수 있지만, 영화는 그 이상의 인간 드라마를 품고 있다. 이병헌과 유아인이 연기한 두 인물의 심리전은 프로 바둑 경기를 넘어선 내면의 전쟁을 그려낸다.

 

1. 바둑, 낯설지만 치열한 세계

영화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바둑계의 전설이라 불리는 조훈현과, 그의 제자 이창호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19x19 바둑판 위에 흑백의 돌을 놓아가는 단순한 형식 안에 담긴 무수한 전략, 철학, 감정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바둑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이들에게는 각 수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고, 극 중 긴장감 있는 장면들이 공감되기 힘들 수 있다.

2. 스승과 제자, 그 애증의 20년

어린 시절 바둑 천재로 주목받은 이창호(김강훈)는 조훈현(이병헌)의 눈에 띄어 그의 제자가 된다. 이후 청소년이 된 이창호(유아인)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바둑을 두기 시작하며 스승과의 갈등이 본격화된다. 영화는 두 인물 간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서로를 인정하면서도 두 인물은 끊임없이 충돌한다.

 

3. 강렬한 연기, 절제된 연출

이병헌은 자존심 강하고 감정 표현이 서툰 스승을, 유아인은 침착하지만 내면에 갈등을 품은 제자를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특히 두 배우의 무표정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선은 강한 몰입을 유도한다. 연출은 과한 감정 연출이나 클리셰를 피하고, 정적인 화면과 잔잔한 분위기로 감정의 여운을 살린다. 고요한 바둑판 위에서 벌어지는 심리전은 마치 전쟁터의 침묵처럼 긴장감을 자아낸다.

4. 시각적 디테일과 연출적 실험

영화는 바둑 장면을 단순한 경기로 그리지 않는다. 투명한 바둑판 밑에서 촬영한 앵글, 다양한 줌과 컷의 활용으로 긴장감을 표현한다. 또한, 수읽기의 가능성을 시각화한 연출은 게임의 복잡함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바둑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 장면들이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다.

5. 총평 – 감정은 있지만, 조금은 지루할 수도

‘승부’는 인물 간의 갈등과 내면의 성장 과정을 조명한 드라마로서 의미가 있지만, 바둑이라는 소재의 난해함과 느린 호흡은 피로감을 줄 수 있다. 스토리의 절정이나 전환점이 뚜렷하지 않아 극적인 감정 폭발을 기대한다면 다소 밋밋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묵직한 분위기, 섬세한 연기, 시대적 정서가 어우러진 진중한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작품 정보

영화 제목 : 승부(The Match)

장르 : 한국영화, 스포츠, 드라마, 시대극

개봉 : 2025.03.26

상영 시간 : 115

스트리밍 : 넷플릭스

감독 : 김형주

출연배우(등장인물) : 이병헌(조훈현), 유아인(이창호), 김강훈(어린 이창호), 고창석(천승필), 현봉식(이용각), 문정희(정미화), 조우진(남기철), 남문철(백선기), 정석용(이재룡), 주진모(조규상), 전무송(이화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