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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한국 영화

영화 바이러스(Virus) 리뷰: 배두나X김윤석X장기하X손석구, 사랑이 바이러스처럼 퍼진다면?

by 씬토커(SceneTalker) 2025.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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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이러스는 제목부터 감염을 암시한다. 이 바이러스는 흔한 전염병이 아니다. 기력도, 의욕도, 연애 세포도 말라버린 번역가 택선(배두나)이 어느 날, 모쏠 연구원 수필(손석구)과의 소개팅을 계기로 삶의 색이 바뀌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문제는 그 변화가 감정이 아니라 실험 중이던 톡소 바이러스의 감염 증상이라는 사실이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동공은 커지고, 무기력했던 사람도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고,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 보인다. 말 그대로 러브 바이러스. 치사율 100%지만 웃음과 사랑을 퍼뜨리는 이상한 병이다. 영화 바이러스는 이런 기묘한 설정을 통해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로맨틱 코미디를 가장한 감정 실험

바이러스는 로맨틱 코미디로 분류되지만 그 안에는 유쾌함과 함께 알 수 없는 슬픔이 깃들어 있다. 소개팅 이후 예상치 못한 청혼, 핑크빛 세상, 화려한 원피스, 매일 오는 광고 메시지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택선의 변화는 단순히 사랑의 설렘이라고 보기엔 너무 급진적이다. 그래서인지 택선의 감정이 진짜인지, 바이러스 때문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연출을 맡은 강이관 감독은 사과’, ‘범죄소년등으로 차가운 현실을 섬세하게 그려온 인물이다. ‘바이러스에서는 사랑에 무감각해진 사람들을 통해 ‘사랑은 외부로부터 감염될 수 있는 감정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배우들의 연기 바이러스

이 영화의 중심에는 단연 배두나가 있다. 우울과 무기력의 아이콘이던 그녀가 바이러스 감염 후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변하는 과정을 매우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짧은 시간이지만 무게감을 남긴 손석구의 너드한 매력도 돋보인다.

 

김윤석은 과묵한 박사 역할에 몰입하며 의외의 멜로 연기마저 감당해 낸다. 중년의 로맨스를 이토록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는 흔치 않다. 싱어송라이터 장기하의 연기도 예상외로 안정적이다. 그의 캐릭터 연우는 러브 라인보다는 해프닝과 충돌의 중심에 선다. 엉뚱하면서도 현실적인 그의 존재감은 영화의 정서를 다양하게 만든다.

현실과 판타지 사이, 감독 강이관의 선택

강이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사랑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놓지 않는다. 전작과 비교하면 바이러스는 훨씬 더 장르적이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정서는 여전히 사실적이다. 영화는 초반엔 코믹하게, 후반으로 갈수록 조용하고 무겁게 흘러간다. ‘사랑은 호르몬일 뿐인가?’, ‘감정은 진짜였을까?’ 같은 질문들이 머릿속에 맴돌게 만든다.

 

강이관 감독이 이 영화를 완성한 시기는 2019년이지만 개봉은 2025년에 했다. 무려 6년의 공백은 팬데믹, 투자사 변경 등의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공교롭게도 제목이 바이러스여서 시기도 기막히게 맞아떨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에 영화는 지금 더욱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옥택선(배두나), 이균(김윤석), 김연우(장기하), 남수필(손석구)

사랑이 지나간 자리, 공허함이 남는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치료 후 택선의 표정이다. 사랑도 웃음도 사라진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병원에 앉아 있다. 이균 박사(김윤석)가 묻는다. "정말 감정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요?"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젓지만 눈빛은 살짝 달라져 있다. 감정이 사라졌지만 그 감정을 가졌던 기억만은 남아 있는 듯한 표정이다. 이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사랑이 감정인지, 생물학인지, 기억인지 모를 때 우리는 이 감정의 잔상 속에서 가장 인간다워진다.

실패작인가, 걸작인가 해석의 여지

바이러스는 감정을 풍부하게 담았지만 어찌보면 미지근한 멜로처럼 느껴질 수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분명 슬프고 사랑스러운 영화다. ‘바이러스는 익숙한 연애 공식도 흔한 캐릭터도 없다. 그 낯섦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아주 새로운 시도처럼 느껴진다.

 

바이러스’는 사랑에 관해, 감정에 관해, 그리고 사람의 진짜 얼굴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면 충분히 깊게 파고드는 영화다. 설레면서도 쓸쓸한 이 실험 같은 영화는 사랑이 진짜였는지 끝까지 묻는다. 사랑은 때때로 이유도 없이 우리를 감염시킨다. 그리고 그게 진짜였는지는 늘 너무 늦게야 알게 된다. 중요한 건 바이러스는 끝나도 사랑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작품 정보

영화 제목 : 바이러스(Virus)

장르 : 드라마, SF 로맨틱 코미디

개봉일 : 2025.05.07.(촬영일 2019.07.22.~10.22.)

상영시간 : 98

원작 : 이지민의 소설 청춘극한기

각본&감독 : 강이관

등장인물(출연배우) : 옥택선(배두나), 이균(김윤석), 김연우(장기하), 남수필(손석구), 성교수(문성근), 연구소장(김희원), 최명희(오현경), 정훈(민진웅), 염막순(염혜란), 나정배(유순웅), 택선엄마(이경진), 김틴장(곽민호), 경찰2(차정원), 이균엄마(최형인), 옥지선(김예원), 이주(박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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