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 그리고 반전
중국 드라마 진정령(陈情令 | The Untamed)은 겉보기엔 판타지 무협물이지만, 이 드라마는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혼이 흔들릴 정도로 깊은 관계, 사회적 억압과 정의의 충돌, 그리고 누구도 선하지 않은 세계 속에서 자기 길을 지키려는 이들의 처절한 이야기다.
위무선과 남망기 – 이보다 더 깊은 ‘브로맨스’가 있을까?
이 작품의 핵심은 단연, 주인공 위무선(샤오잔)과 남망기(왕이보)의 관계다. 겉으로는 절친 혹은 의형제로 비치지만 눈빛 하나로 통하는 그들의 교감은 단순한 우정을 넘어선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고, 때로는 침묵 속에서 더 많은 것을 주고받는다.
위무선은 자유롭고 장난기 넘치지만 속은 누구보다 뜨겁고 바르다. 반면 남망기는 냉정하고 원칙적이지만 지기(知己)인 위무선을 통해 감정을 배우고 세상을 이해해 간다. 이 둘은 겉과 속, 태도와 가치관까지 전부 다르지만 그래서 더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심지어 현실 속 배우 샤오잔과 왕이보의 성격은 역할과 정반대라는 점도 흥미롭다. 이는 연기력의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자 두 배우가 얼마나 캐릭터에 몰입했는지를 방증한다.
사회를 향한 묵직한 질문 -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진정령은 단순히 인물들의 갈등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메시지는 “옳고 그름은 자신에게 있고, 비방과 칭찬은 사람에게 달렸다.”라는 원작의 핵심 철학과 맞닿아 있다.
권력 앞에서 무력한 정의, 선을 가장한 위선자들, 강자에게 억눌리는 약자들의 구조 속에서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고뇌하고 자신이 믿는 길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청자에게 묻는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매력적인 인물들과 그들의 복합적 서사
진정령의 진짜 강점은 단 하나의 ‘정답 캐릭터’가 없다는 점이다. 위무선과 남망기뿐 아니라 조연, 심지어는 ‘악역’으로 분류되는 인물들까지 모두 서사가 있고 각자의 상처와 사연이 있다. 예를 들어 온약한(수경), 설양(왕호헌), 금광요(주찬금) 등은 단순한 악인이 아니라, 과거의 아픔과 오해 속에서 길을 잃은 인물들로 그려진다.
여성 캐릭터들도 인상 깊다. 강염리(쉬안루)는 한없이 부드러우면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온녕(우빈)의 누나인 온정(맹자의)은 강한 정의감과 따뜻함으로 위무선의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음악과 문화, 이야기의 감정을 더하다
이 드라마의 OST는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다. 각 캐릭터마다 고유의 테마곡이 있고, 그 노래는 인물의 감정과 서사를 관통한다. 특히 ‘무기(无羁)’는 위무선과 남망기의 관계를 압축해 낸 곡으로 가사와 멜로디 모두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음악은 또한 무기가 된다. 남망기의 고금(망기금)은 치유의 소리이자 감정의 표현이며 위무선의 피리(진정)는 죽은 자를 부르지만 동시에 진심을 담아낸다. 중국 전통 악기인 고금과 피리를 중심으로 한 설정은 음악을 단순한 장식이 아닌 이야기 그 자체로 끌어올린다.
불완전함 속에서 피어난 진정성
CG의 퀄리티나 편집에서 아쉬운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 부족함은 배우들의 몰입과 연출의 진심 그리고 섬세하게 엮인 이야기 구조 속에서 묻힌다.
각 장면엔 수많은 상징들이 숨어 있다. 배경의 단풍나무, 연못, 종이학, 초승달 등은 각각의 인물과 사건을 상징하며 이를 알아채면 볼 때마다 새로운 의미가 열린다. 그래서 진정령은 ‘한 번 보면 빠지고, 두 번 보면 깊어지고, 세 번 보면 눈물이 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검열이 만든 역설 – “가장 순수한 사랑”
이 드라마는 중국의 검열 때문에 원작 소설 ‘마도조사’처럼 직접적인 BL(보이즈 러브)을 그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더 섬세하고 깊은 관계 묘사가 가능해졌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꼭 입맞춤이나 고백으로 증명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 드라마가 보여준다.
한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믿고, 그의 길을 함께 걸어주는 관계! 진정령이 말하는 ‘사랑’은 그런 것이다.
결론 – 장르를 넘어선 명작
진정령(陈情令 | The Untamed)은 단순한 무협도, 브로맨스도, 판타지도 아니다. 이 모든 장르를 품고, 그 너머에 있는 인간과 관계, 사회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 드라마가 나를 바꿨다”라고 말한다.
아직까지 보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꼭 보시길 권한다. 놓치면 평생 후회할 작품이다. 모든 편견을 내려 놓고 작품을 감상한다면 그 깊이에 울고 웃게 될 것이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잘 만든 드라마’가 아니라, ‘마음을 남기는 이야기’로 한동안 그 여운에 빠져 있게 만드는 작품이다.
작품 정보
● 드라마 제목 : 진정령(陈情令 | The Untamed)
● 장르 : 중국드라마, 탐개극, 고장극, 선협, 로맨스, 가족
● 편수 : 총 50부작
● 방송 : 2019.10.21.~12.02.
● 스트리밍 : MOA, TVING, WATCHA, Wavve, coupang play
● 원작 : 묵향동후의 소설 ‘마도조사(魔道祖師)’
● 극본 : 양하(杨夏)
● 감독 : 정위문(郑伟文), 진가림
● 등장인물(출연배우) : 위무선(샤오잔), 남망기(왕이보), 남희신(류해관), 남사추(정번성), 남경의(구오청), 남계인(황자등), 남익(이약동), 강징(왕탁성), 강염리(쉬안루), 강풍면(육검민), 우자연(장정동), 금광요(주찬금), 금릉(칠배흠), 금자헌(조욱진), 금자훈(요서호), 금부인(호소정), 금광선(심효해), 나청양(왕예비), 진소(금로옥), 섭회상(기리), 섭명결(왕익주), 온녕(우빈), 온정(맹자의), 온약한(수경), 온조(하붕) 온욱(왕융), 온축류(풍명량), 왕영교(로은길), 설양(왕호헌), 효성진(송지양), 송람(이박문), 아천(천쥬오쉬엔), 소섭(풍총), 구양자진(조준상), 모현우(샤오잔), 모부인(가서이), 모자연(손성헌), 설중해(우자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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