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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뷰/한국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찬란하게 지친 청춘, 흰 가운 속 인간다움

by 씬토커(SceneTalker) 2025.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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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따뜻한 유산을 이어받은 스핀오프,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Resident Playbook)'은 보다 날것에 가까운, 덜 포장된 현실의 의사 이야기를 그린다. 무겁고 험난한 산부인과의 첫 해를 견디는 네 명의 전공의 오이영(고윤정), 표남경(신시아), 엄재일(강유석), 김사비(한예지)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번아웃에 찌든 채 출발선에 서 있으며, 이상보다는 생존이 우선이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이 드라마는 진한 몰입과 공감을 선사한다.

현실적인 전공의들의 초상

이 드라마는 더 이상 의학 드라마가 화려하거나 극적일 필요 없다는 걸 증명한다. 이들의 하루는 응급상황과 수술보다는, 대기와 잡무, 피로, 실수, 인간관계로 가득하며 그렇기에 더 큰 공감을 이끌어낸다. 누군가는 회의감에 빠지고, 누군가는 이직을 고민하며, 누군가는 선배의 질책에 무너진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웃음은 있고, 성장도 있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전공의 4인방

오이영(고윤정)은 빚에 쫓겨 억지로 레지던트를 시작한 인물이다. 무기력하고 냉소적이며, 의사라는 정체성에도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예상 밖의 순간에 책임감을 드러내고, 스스로의 실수를 마주하며 성장한다. 무엇보다 '완벽한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이 그녀를 더 인간적으로 만든다.

 

표남경(신시아)은 자존심 강하고 경쟁심도 있는 인물로, 처음엔 불편한 캐릭터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점차 환자에 대한 따뜻함, 동료를 향한 배려로 그 깊이가 드러난다. 자기 확신과 열등감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김사비(한예지)는 이론에 강하고 감정엔 약한 천재형 캐릭터다. 처음엔 AI 같은 그녀도, 점차 환자의 감정에 공감하려는 노력을 통해 달라진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정답'보다 '이해'를 추구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감정지능의 성장을 보여준다.

 

엄재일(강유석)은 전직 아이돌이라는 설정부터 눈길을 끈다. 실력보단 노력형이고 감정이 앞서지만 따뜻하고 성실하다. 환자를 존중하고, 동료에게 힘이 되어주는 모습으로 드라마 속 힐링을 담당한다.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완벽한 변화'가 아닌 '작은 성장'

이 드라마가 특별한 건, 주인공들이 갑자기 슈퍼 히어로처럼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이영은 마지막까지 회의적이고, 남경은 여전히 비교에 흔들린다. 사비는 끝까지 무뚝뚝하고, 재일은 감정에 휘둘린다. 하지만 이들 모두 조금씩 나아진다. 그 '조금씩'이야말로 현실의 성장이다. 그 점에서 이 드라마는 진짜 삶을 닮았다.

조용한 로맨스의 힘

주된 플롯은 아니지만 로맨스도 흥미롭다. 오이영은 선배이자 사돈인 구도원을 먼저 좋아하기 시작한다. 직진하는 오이영과 달리 무심했던 구도원이 오이영에 대한 감정을 자각하기 시작하면서 둘의 가슴 뛰는 로맨스가 시작된다. 엄재일과 김사비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설렘을 안긴다. 상반된 성향의 두 사람이 조금씩 다가가는 모습이 매력적이고 예쁘다.

현실의 병원, 이상 없는 이상함

이 드라마의 진짜 힘은 병원의 현실을 미화하지 않는 데 있다. 화려한 수술 장면 대신, 서류 더미, 환자 대기, 선배 눈치, 무기력한 일상이 주를 이룬다. 이로 인해 '드라마틱함'은 줄지만, '현실감'은 배가된다. 의사도 결국은 인간이며, 이들 역시 누군가의 딸, 아들이고, 친구이며 연인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조연들의 존재감

주연 못지않게 조연들도 빛난다. 류재휘(이창훈), 차다혜(홍나현), 서정민(이봉련) 등은 각자의 개성과 감정선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이 드라마는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이야기를 가진다.

엔딩 없이 열린 결말,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이 드라마는 특정한 기점에서 시작하거나 완결되지 않는다. 어느 날 이들을 만나 그들의 현재를 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어떤 관계는 시작만 있고, 어떤 고민은 여전히 답이 없다. 열린 결말을 아쉬울 수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드라마의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낸다.

총평: 인생과 닮은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장대한 기승전결 없이 흘러간다. 그러나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분명히 무언가를 얻는다. 번아웃, 불확실성, 감정의 굴곡, 작은 성장. 의사이기 이전에 인간인 그들의 이야기는,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넘어,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조용하지만 진한 울림이 있는 이 드라마는 분명 ‘힐링’ 그 이상의 의미를 남긴다. 시즌2가 나온다면 나는 또다시 이들을 응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

 

작품 정보

드라마 제목 :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Resident Playbook)

장르 : 한국드라마, 의학, 성장, 청춘, 휴먼, 코미디, 일상, 로맨스

편수 : 12부작+스페셜 1부작

방송 : 2025.04.12.~05.18.

스트리밍 : 넷플릭스(NETFLIX), 티빙(TVING)

감독 : 이민수 / 극본 : 김송희

등장인물(출연배우) : 오이영(고윤정), 표남경(신시아), 엄재일(강유석), 김사비(한예지), 구도원(정준원), 기은미(이도혜), 차다혜(홍나현), 서정민(이봉련), 공기선(손지윤), 금새벽(박예영), 명은원(김혜인), 류재휘(이창훈), 조준모(이현균), 박무강(유현종), 함동호(김이준), 주상현(엄준기), 박준석(서이서), 탁기온(차강윤), 최윤정(권영은), 이재선(성희현), 홍민주(박하은), 오지영(김도경), 박태림(강다현), 박명선(송나영), 이채령(최윤지), 여주연(김도경), 윤초원(송은), 송보리(임은비), 오주영(정운선), 구승원(정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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