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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뷰/중국 드라마

중드 구중자(九重紫) 리뷰: 맹자의X이윤예, 운명을 되돌리는 역대급 로맨스 고장극

by 씬토커(SceneTalker) 2025.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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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기대 없이 시작한 감정의 대폭발

구중자(九重紫)’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을 다시 살 기회를 얻은 두 주인공의 성장, 복수, 사랑, 정의 실현이라는 거대한 서사를 촘촘히 풀어낸다. 이야기는 죽음에서 시작된다. 전생에서 억울하게 죽은 두 사람, 두소(맹자의)와 송묵(이윤예)는 기적처럼 어린 시절로 회귀한다. 이 설정은 단순한 회귀물이 아니라, 기억을 가진 두소와 그렇지 않은 송묵의 시선 차이를 통해 스토리에 깊이를 더한다.

캐릭터의 힘: 여자 주인공이 판을 짠다

두소는 전형적인 사극 여주가 아니다. 그녀는 기억을 안고 과거를 철저히 반성하며 스스로 운명을 바꾼다. 사업 수완, 정치적 판단력, 인간관계까지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전략가형 주인공이다. 이전 생에서 배신당하고 억울하게 죽은 그녀는, 이번 생에서는 누구보다 단단하게 자신을 지켜낸다.

 

반면 송묵은 무술이 뛰어난 장군 타입이지만, 내면은 섬세하고 정의롭다. 그는 기억을 갖고 있지 않지만, 두소의 지혜에 점점 이끌리고 그녀의 존재가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서서히 깨닫는다.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상호 보완적인 파트너십이다.

결혼부터 시작되는 관계, 진짜 부부의 서사

대부분의 드라마는 연애, 갈등, 이별, 재회를 반복하며 시간을 끈다. 그러나 구중자는 다르다. 초반부에 결혼이 이루어지고, 이후의 에피소드들이 부부로서 함께 싸우고 살아가는 이야기로 채워진다. 이 지점이 구중자를 특별하게 만든다.

 

송묵과 두소의 결혼은 사랑이 바탕이지만, 정치적 연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고, 결혼 이후의 케미스트리가 오히려 더 진하다. 이 드라마는 사랑 후 결혼이 아닌 결혼 후 진짜 사랑을 보여준다.

'정치판은 가족보다 잔인하다' 궁중 암투의 진수

이 드라마는 단순히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만 다루지 않는다. 송묵의 아버지는 친아들을 음해하고, 이복동생 송한(안안)을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움직인다. 반전은 바로 이 동생조차 겉으로는 순하지만 속으로는 더한 야망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두소의 계모인 왕영설(장멍), 두소를 사랑하는 듯하지만 배신하는 위정유(이흔택), 회색 캐릭터 기영(하지광)까지 얽히며, 결국 가장 무서운 존재는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진다.

회색 캐릭터의 완성형, ‘기영이라는 이름

기영/원통대사(하지광)

 

기영(또는 원통대사)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다. 전생에서는 승려, 현생에서는 정치 전략가이자 치유사이다. 두소를 짝사랑하지만 적극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며, 권력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 한다. 사랑이 아닌 이상을 좇는 캐릭터이기에 단순한 서브남이 아닌, 3의 주인공이라 할 만하다. 그는 권모술수의 화신이지만, 악역은 아니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순수하다는 역설적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귀가 만족한 연출과 미장센 하지만 동북공정의 아쉬움

드라마의 연출과 촬영은 그야말로 영화급이다. 조명, 세트, 무술 동작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다뤄지지 않는다. 특히 송묵이 두소와 아이를 구하는 첫 장면, 그리고 거울을 통해 과거로 떨어지는 장면은 숨을 멎게 만드는 명장면이다. OST 역시 극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데 탁월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음악들이 적재적소에 삽입되어 몰입도를 더한다.

 

하지만 구중자는 동북공정의 논란을 벗어나지 못한다. 조선 초기의 한복 동정이 계속 등장하는가 하면 태자 등 주요 등장인물들의 복장 또한 곤룡포와 거의 같다. 소품이나 장식 등도 한국의 전통 문화 요소를 차용하거나 왜곡하기도 했다. 심지어 우리나라 사극을 보는 듯한 착각을 줄 정도다. 

권선징악의 클라이맥스와 흔치 않은 해피엔딩

구중자는 죽음과 배신, 정치적 음모, 궁중 암투를 그리면서도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주인공 커플은 딸을 낳고, 함께 나이 들어가는 삶을 선택한다. 죽음을 뛰어넘은 사랑이 결국 승리하는 구조다.

 

더불어 악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대가를 치른다. 두소의 계모는 평생 죄를 갚으며 살아가고, 송묵의 아버지는 죽음을 맞는다. 심지어 사랑과 증오의 경계에 있던 묘안소(공설아)는 직접 남편 송한을 처단하며 정의를 구현한다.

두소(맹자의), 송묵(이윤예), 묘안소(공설아), 송한(안안)

맺음말: 전형을 부수고 본질에 충실한 고장극

구중자(Blossom)’는 그 어떤 뻔한 클리셰도 허락하지 않는다. 로맨스, 정치, 액션, 복수극, 회귀물까지 섞였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운명을 개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고구마 전개 없이, 논리적인 흐름 속에서 감정선을 세심하게 그려낸다. 가히 역대급 고장극이라고 할만하다. 고장극 로맨스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드라마이다.

작품 정보

드라마 제목 : 구중자(九重紫 / Blossom / 그대와 다시 꽃 피우리)

장르 : 중국드라마, 고장극, 회귀물, 로맨스

편수 : 34부작

방송 : 2024.12.06.~12.22.

스트리밍 : 티빙, 웨이브

원작 : 지지(吱吱)의 소설 구중자(九重紫)’

감독 : 증경결

등장인물(출연배우) : 두소(맹자의), 송묵(이윤예), 묘안소(공설아), 송한(안안),  두명(증영제), 원통대사/기영(하지광), 오선(전이륜), 위정유(이흔택), 왕영설(장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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