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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뷰/중국 드라마

중드 춘화염(春花焰) 리뷰: 류학의X오근언, 적인가? 연인인가?

by 씬토커(SceneTalker) 2025.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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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용경화(류학의), 미림(오근언)

불꽃 속에서 피어난 서사: 복수극인가, 사랑 이야기인가

춘화염(春花焰)’은 그저 또 하나의 복수극이라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감정의 밀도가 진하다. 대염국 삼황자 모용경화(류학의)와 그를 죽이기 위해 태어난 살수 미림(오근언)의 관계는 단순한 적과의 로맨스를 넘어선다.

 

청주성 수복이라는 찬란한 승리를 거머쥔 모용경화는, 곧바로 청주 10만 백성 학살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다. 동시에, 가족을 잃고 살아남은 미림은 복수라는 이름으로 경화의 목숨을 노린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마주한 건 칼날보다도 날카로운 진실과 뒤틀린 권력 구조 속의 어긋난 퍼즐이다.

모용경화, 왕자도 괴물도 아닌 인간

초반의 모용경화는 청주를 불태운 장본인이자, 도성에서 방탕한 척하며 살아가는 황자이기에 철저히 악역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실이 드러날수록 그의 입체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방탕은 위장일 뿐, 그는 음지에서 암창이라는 조직을 설립하고 진범을 추적 중이다.

 

극이 진행될수록 그는 절망을 품은 전략가로 변화하며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는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때로는 냉혹하지만, 미림 앞에서는 인간적인 내면이 드러난다. 적인지 연인인지 알 수 없는 존재는 다른 고장극 캐릭터들과 차별화되는 깊이를 제공한다.

미림, 복수를 품은 연기자에서 운명을 거스르는 주체로

미림은 단순한 여자 살수가 아니다. 평범한 소녀였던 미림은 불 속에서 가족을 잃은 후 복수를 선택한다. 그녀는 냉혹한 킬러로 성장하지만 춘화염의 진짜 묘미는, 미림이 진실을 알고 난 후의 변화다.

 

그를 죽이려 했던 내가, 그를 살리고 싶어졌다.’ 원수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원수라 믿었던 존재와 손을 잡고 더 큰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미림을 진짜 주인공으로 만든다. 그녀는 궁중에서도,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한다. ‘복수로 시작했지만, 사랑으로 이어진다는 공식조차 그녀 앞에서는 복잡한 내면으로 풀어진다.

케미스트리의 화산 폭발, '킬미'인가 '키스미'인가

미림과 경화의 관계는 시작부터가 강렬하다. 암살과 감시, 정체를 감춘 두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긴장감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선다. 서로의 목숨을 노리면서도, 시선과 숨결 속에 애틋함이 스며든다. 그로 인해 죽일 거면 죽여, 아니면 그냥 키스해!”라는 외침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적에서 연인으로의 전환은 전형적인 로맨스 구조이지만, ‘춘화염은 이것을 더욱 날카롭고 위험한 게임처럼 풀어낸다. 두 사람의 관계는 검과 독, 권력과 감정이 얽힌 치명적인 장기판이며, 이들의 감정선은 화면을 가득 채운다.

화려한 미장센, 그리고 작지만 치명적인 세계관의 한계

비주얼적으로 이 작품은 분명 매력적이다. 실제 설경과 로케이션 촬영, 전통 복식의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경화와 황태자가 입는 의상은 왕실의 위엄과 권력을 상징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스토리적으로는 세계관이 다소 협소하게 느껴진다. 두 개의 왕국과 여러 세력이 등장함에도, 주요 인물은 거의 10명 내외로 제한된다. 이야기의 확장을 기대했으나 반복되는 구성은 후반부에 다소 지루함을 유발한다. 악역도 초반부터 노출되며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월진(필문근), 낙매(조소당), 모용현렬(진초하), 자고공주(황일영), 청연(소위동), 서묵(서호)

조연들의 그림자: 권력의 민낯과 미완의 감정선

특히 서언의 천대받는 황자 월진(필문근)과 여장군 낙매(조소당)의 서사는 흥미롭지만, 중심 서사에 묻히는 경향이 있다. 월진은 이상주의적이지만 현실 앞에 무너지고, 낙매는 충성심과 개인감정 사이에서 고뇌한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 역시 비극에 가까운 흐름으로 마무리되며, 결국 그럼에도 남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결말의 배신: 원작과 다른 길, 남겨진 허무함

무엇보다 아쉬운 건 결말이다. 원작은 해피엔딩이지만, 드라마는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사랑과 희생, 이 모든 과정을 함께 겪은 두 사람에게 내려진 결말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허무하다. 감정선을 이렇게나 정교하게 쌓았는데, 왜 마지막에 이것을 스스로 부숴버렸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 비극적인 엔딩은 단지 감정을 흔들기 위한 장치로 느껴질 뿐, 이야기의 완성도에는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기에 더욱 아쉽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를 추천하는 이유

그럼에도 춘화염은 분명 시청할 가치가 있다. 클리셰를 쓰되, 그 안에서 깊이를 만들고, 사랑을 다루되 단순하지 않으며, 비극을 택하지만 감정을 남긴다.

 

류학의와 오근언의 연기, 특히 오근언의 미림은 단순한 복수귀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갈등과 사랑을 완벽히 표현해 낸다. 류학의의 퇴폐미 또한 눈을 즐겁게 한다. 이 드라마는 감정의 서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그냥 놓쳐버리기엔 아까운 고장극 로맨스이다.

작품 정보

드라마 제목 : 춘화염(春花焰 / Kill Me Love Me)

장르 : 중국드라마, 고장극, 로맨스, 복수, 미스터리

편수 : 32부작

방송 : 2024.10.24.~12.06.

스트리밍 : MOA, NETFLIX, TVING, Wavve, Apple TV+

원작 : 흑안(黑颜)의 소설 춘화염

감독 : 정녹(程箓), 황위걸(黄伟杰) / 각본 : 문연(文宴), 양효함(杨晓涵)

등장인물(출연배우) : 모용경화(류학의), 미림(오근언), 월진(필문근), 낙매(조소당), 모용현렬(진초하), 자고공주(황일영), 청연(소위동), 염재(장개), 서묵(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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