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와 줄거리 요약
전직 조폭이자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던 민태에게 하루아침에 돌아온 건 살아 있던 동생 석태의 시체다. 충격으로 얼어붙은 민태는 사건의 진실을 쫓기 시작하지만, 정작 동생의 아내 문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창모파 두목 창모는 사건을 묻으려 한다. 민태는 우연히 소설 ‘야행’ 속에서 동생의 죽음과 똑같은 장면을 발견하게 된다. 이 소설을 쓴 이는 미스터리한 작가 호령이다. 분노로 이성을 잃은 민태는 이 모든 연결고리를 풀어야만 한다.
캐릭터 분석: 민태, 호령, 문영, 창모
● 민태(하정우): 민태는 분노가 이끄는 추적자로 매우 거칠다. 동생을 대신해 감옥살이까지 했던 인물로 퇴소한 후 조용한 삶을 살려 했지만 동생 석태(박종환)의 죽음은 그를 다시 폭력의 세계로 이끈다. 하정우는 그가 간직한 분노와 복수를 얼굴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핸드헬드 촬영을 통해 전해지는 리얼한 액션은 ‘추격자’와 ‘황해’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강렬하다. 하지만 민태의 복수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실제로 관객 후기를 보면 “동생 석태가 너무 쓰레기라서 복수극이 설득되지 않는다.”라는 반응이 많다. 마약, 폭력, 도박 등 모든 문제를 안고 있는 반사회적 인물 석태는 관객으로 하여금 ‘죽어도 싸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며 민태의 분노에 공감하지 못하게 만든다.
● 호령(김남길): 김남길의 호령은 미스터리의 열쇠다. 베스트셀러 ‘야행’에는 마치 석태의 죽음이 예언이라도 된 것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시사회를 통해 확인된 대로 편집 과정에서 호령의 분량이 대폭 줄어들어 소설과 현실 사이의 다리가 사라진 느낌이다. 하정우 역시 인터뷰에서 “김남길 대목이 많이 축약됐다. (...) 후반 편집에서 25~30분 분량이 잘렸다”고 밝히며 호령 이야기가 줄었음을 인정했다. 덕분에 주인공만 살아남은 반쪽짜리 이야기가 돼버렸다.
● 문영(유다인): 석태의 아내인 문영은 진실을 아는 열쇠지만 영화 속 존재감은 한없이 희미하다. 문영의 실종 동기는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실제로 그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은 다소 늘어지며 반전은 존재하지만 확실한 울림은 부족하다.
● 창모(정만식): 조직을 지키기 위한 침묵의 보스이다. 정만식은 묵직한 대사와 눈빛으로 영화에 무게를 더하지만 역시 클리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연출과 편집의 아쉬움
‘야행’ 소설이 현실을 예언한다는 설정은 흥미롭다. 실종된 문영, 그녀와 작가 호령 사이의 관계, 모두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영화 초반부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초중반의 미스터리한 서사는 후반부로 갈수록 연결고리가 흔들린다. 호령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조직 보스 창모와 병규(임성재)가 호령의 빈곳을 채운다. 약속된 클라이맥스는 있지만 분량 편집으로 인한 구조 붕괴는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진범은 예상 가능한 인물이고, 그 결말에 이르는 과정 역시 긴장감 없이 무뎌진다.
하정우 vs 김남길, 두 배우의 명암
‘추격자’와 ‘황해’를 연상케하는 하정우표 맨몸 액션은 민태를 통해 압도적 존재감으로 발산된다. 거친 건달 복수극에 몰입한 그의 액션과 감정선은 스크린을 지배한다. 하지만 감정을 뒷받침해줄 서사와 캐릭터들이 부족해 점점 지치는 전개로 이어진다.
김남길은 미스터리한 소설가로 소수의 장면만으로도 분위기를 환기시키지만 편집으로 인해 축소된 분량이 큰 아쉬움을 남긴다. 덕분에 영화는 김남길의 내면 연기와 분위기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총평: 장르적 시도가 엿보이는 작품으로 매력과 한계가 공존하는 작품
‘브로큰’은 분명 관람할 만한 성격과 배우들의 열연을 담고 있다. 그러나 미스터리와 복수가 맞물려야 할 중심축이 흔들리는 한계는 명확하다. 스릴러의 첫 장면은 강렬했지만, 마지막 페이지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브로큰의 장점과 단점을 정리하면, 장점은 하정우의 압도적 캐릭터 연기, 핸드헬드 촬영(Hand-Held Shooting) 기반의 생동감 있는 액션, 미스터리 요소를 복합적으로 배치해 긴장감을 유발하려는 시도를 한 점이다. 단점은 호령의 분량 축소로 인해 중심 스토리가 붕괴된 점, 복수의 명분이 설득력을 얻기엔 부족한 구조와 공감도, 줄거리 연결에 이은 산만한 흐름과 후반부의 맥 빠진 전개이다.
결론: 재평가의 여지와 한계
개봉 초기, 관객 약 19만 명 기록에 머물렀던 ‘브로큰’은 넷플릭스 공개 후 다시 순위권에 진입했다. 이는 작품이 가진 하정우의 존재감과 초반의 미스터리 구도에 대한 흥미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편집의 손실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양치기들’로 강한 인상을 남긴 김진황 감독의 세계관에 대한 기대는 이번엔 충분히 실현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추천 포인트 & 참고 포인트
‘브로큰’은 하정우의 팬이라면 액션 장면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 또한 단순한 스릴러보다 묵직한 분위기의 한국 영화가 취향이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 하지만 미스터리 중심의 탄탄한 서사를 기대한다면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호령과 소설 ‘야행’이 이어지는 구조에 대한 기대가 커도 실망할 수 있다.
작품 정보
● 영화 제목 : 브로큰(Nocturnal)
● 장르 : 한국영화,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액션, 느와르, 복수, 하드보일드, 피카레스크
● 개봉일 : 2025.02.05.(촬영일 2021.01.21.~04.08.)
● 상영시간 : 99분
● 각본&감독 : 김진황
● 등장인물(출연배우) : 배민태(하정우), 강호령(김남길), 차문영(유다인), 석창모(정만식), 병규(임성재), 배석태(박종환), 박창용(허성태), 민형사(이설), 재만(김찬형), 강호(장남부), 영섭(차래형), 손형사(서현우), 차명우(정재광), 주인집(차미경), 다방여사장(서혜린), 경찰서장(김민상), 오하성(임한성), 배수민(김하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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