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결혼, 후폭풍: 공주와 장군의 첫 만남
‘리인심상(离人心上 / The Sleepless Princess)’은 고장극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그 안에 신선한 설정과 입체적인 캐릭터를 녹여낸 작품이다. 남상국의 9공주 서초월(호의선)과 전쟁의 신이라 불리는 장군 설요(정업성)의 선결혼 후연애 서사는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드라마는 황제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정략결혼을 하게 된 설요와 서초월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설요는 형 설모(주치령)의 죽음을 추적하던 중 우연히 초월과 엮이게 되고 황제는 이를 기회 삼아 병권을 약화시키기 위해 설요에게 초월과의 혼인을 명한다. 처음부터 원하지 않았던 혼인이기에 초월은 설요를 경계하고 설요는 초월을 의심한다. 티격태격하는 이들의 초반 케미는 웃음과 긴장감을 동시에 자아낸다.
예지몽의 저주: 공주의 비밀
초월은 단순한 공주가 아니다. 어린 시절 몸에 흡수된 생진석의 영향으로 밤에 잠을 자면 예지몽을 꾸게 되고 그 꿈은 현실이 된다. 하지만 꿈의 결말을 바꾸면 12지신의 동물 중 하나로 변하게 되는 저주에 걸려 있다. 총 12번의 기회가 있으며 마지막 꿈 이후엔 영원한 잠에 빠지게 된다.
이 때문에 초월은 잠을 자지 않기 위해 밤마다 궁 안을 떠돌게 되고 이로 인해 좋지 않은 소문이 퍼진다. 공주의 삶은 화려하기보다 외롭고 고달프다. 이런 배경이 초월이라는 캐릭터를 ‘귀여운 여주’에서 ‘비극을 안고 사는 인물’로 깊이를 더하게 한다.
차갑지만 따뜻한 장군, 설요
설요는 얼핏 보면 냉정하고 무뚝뚝한 장군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모습은 형의 죽음을 계기로 감정을 닫아버린 아픔을 지닌 인물이다. 여자를 대하는 법도, 감정을 표현하는 법도 서툴다. 하지만 초월에게만큼은 차츰 마음의 문을 연다.
그의 눈빛,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서툴지만 진심을 담고 있어 볼 때마다 마음을 흔든다. 정업성의 연기는 이 과묵한 장군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특히 전투 장면이나 초월을 향한 감정이 폭발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 장군복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오해와 위기의 반복, 하지만 사랑은 단단하게
드라마는 끊임없는 오해와 사건으로 가득하다. 서로의 비밀, 과거의 상처, 주변 인물들의 개입으로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한다. 한 에피소드도 조용히 넘어가는 법이 없다. 15분 이상 평화로운 적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이 모든 고난 속에서도 두 사람의 사랑은 점점 단단해진다. 초월은 설요와 함께 자면 예지몽을 꾸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설요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설요는 처음엔 당황하지만 점차 그녀에게 의지하게 된다. 두 사람의 어설픈 첫 키스, 귀여운 티격태격, 진심이 묻어나는 눈빛이 이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다.
서브 커플과 주변 인물
‘리인심상’의 또 다른 강점은 서브 캐릭터들의 매력이다. 설요의 사매 소입입(황찬찬)X나극(주대위), 초월을 좋아하는 서브남 서성진(양림) 등 각각의 서브 라인도 탄탄하게 그려진다. 특히 소입입이 단순한 질투녀에서 정의로운 여성으로 성장하는 모습은 사랑스럽다. 악역인 나계군주(팽필요)나 동신(이흔량)의 등장도 극의 긴장감을 높여주며 드라마의 복잡한 감정선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비극과 구원: 예지몽의 마지막과 반전의 결말
가장 큰 전개는 초월의 마지막 예지몽이다. 초월은 마지막 꿈을 꾸고 호랑이로 변한 뒤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설요가 그녀를 품에 안고 절벽 끝에 서면서 드라마는 비극처럼 보이는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다행히 번외편(스페셜)에서 초월은 기적처럼 눈을 뜨고 두 사람은 다시 함께 세계를 여행하며 진짜 부부로 살아간다. 이러한 번외편의 존재는 본편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며 진정한 해피엔딩을 선물한다.
결론: 이별과 기다림, 그리고 다시 만난 사랑
‘리인심상’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저주와 숙명, 오해와 희생, 그리고 끝없는 기다림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의 이야기다. 드라마 제목 ‘리인심상(이별한 사람의 마음속)’처럼 설요의 시점에서 시작되어 그의 사랑, 기다림,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야기다.
연출, 연기, OST까지 모두 좋다. 이 드라마는 특히 여주인공 호의선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며 정업성의 ‘장군미’를 제대로 살린 대표작으로 손꼽힐 만하다. 개인적으로 정업성을 좋아하는데 '작품복'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고장 로맨스의 정석을 따르면서도 판타지와 비극적인 요소를 적절히 섞은 ‘리인심상’은 단순한 달달함을 넘어선 감정의 깊이를 선사한다. 기대 없이 시작했다가 끝까지 빠져들게 만드는 이 작품이다. 예지몽과 사랑이라는 소재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흥미진진한 고장극 로맨스를 찾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 ‘리인심상’은 마음을 흔드는 드라마다.
작품 정보
• 드라마 제목 : 리인심상(离人心上 / The Sleepless Princess / 잠 못 이루는 공주)
• 장르 : 중국드라마, 고장극, 미스터리, 로맨스, 무협, 판타지
• 편수 : 본편 35부작+번외편(스페셜) 1부작=총 36부작
• 방송 : 2020.07.30.~09.09. 망고TV
• 스트리밍 : 티빙, 왓챠, wavve
• 각본 : 동가
• 감독 : 고종개(高琮凯)
• 등장인물(출연배우): 설요(정업성), 서초월(호의선), 서성진(양림), 도요(임흔의), 소입입(황찬찬), 나극(주대위), 나계(팽필요), 동신(이흔량), 설모(주치령), 백리가(서아신), 당본(조명천), 진일소(장율명), 설노부인(왕곤), 황제(곽군), 고공공(조정양), 대국사(장암), 북태후(사후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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