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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뷰/중국 드라마

중드 ‘산하령(山河令)’ 리뷰: 장철한X공준, BL 원작을 무협으로 재해석한 걸작

by 씬토커(SceneTalker) 2025.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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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죽음을 향한 발걸음, 그리고 운명 같은 만남

‘산하령(山河令)’의 원제는 ‘천애객(天涯客)’으로 Priest의 동명 BL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장철한과 공준이 주연을 맡은 이 드라마는 한 편의 정통 무협처럼 보이지만 실은 사랑과 상처, 구원의 이야기를 담은 매우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이야기는 진왕의 비밀 암살조직인 천창의 수령 주자서(장철한)가 자신의 죄책감과 환멸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칠규삼추정'을 행하고 조직을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마지막 못을 진왕 앞에서 스스로 박으며 생을 정리하려 했던 그는, 온객행(공준)이라는 미스터리한 인물을 만나면서 계획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주자서(장철한), 온객행(공준)

 

주자서와 온객행, 무협의 껍데기를 쓴 러브스토리

주자서는 과묵하고 냉철하며 내면에는 깊은 상처와 책임감이 자리 잡은 인물이다. 반면 온객행은 귀곡의 곡주로 복수에 사로잡힌 과거를 가진 채 겉으로는 유머러스하고 자유로운 성격이다. 이 둘은 강호에서 유리갑을 둘러싼 음모에 휘말리며 협력하게 되고 점점 서로를 이해하고 끌리게 된다.

 

이 드라마는 BL을 브로맨스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중심에 BL 정서를 놓고 그 위에 스토리를 쌓는다. 어떻게 검열을 통과했는지 모를 정도로 눈빛, 손짓, 대사 한 줄 한 줄에 감정이 쌓여가는 두 남주의 관계는 의심의 여지없이 사랑 그 자체다. 그들의 첫 대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일관된 긴장과 설렘이 이어진다.

 

감정의 깊이와 인물의 변화, 섬세한 연기의 정수

장철한의 연기는 절제된 감정 속에서 변화하는 미세한 표정으로 보는 이의 감정을 끌어올린다. 예를 들어 청력의 저하를 드러내는 장면이나 점점 유해지는 태도 등은 두 번 보면 새로운 디테일을 발견하게 한다.

 

공준은 반대로 감정 표현이 풍부하며 눈빛과 몸짓 하나로 내면의 상처와 복수심 그리고 사랑의 감정을 동시에 담아낸다. 특히 둘의 대립과 협력, 소소한 플러팅 장면들은 무협 장르 속에서 이질적이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주자서(장철한), 온객행(공준)

 

‘무협’이라는 형식, ‘사랑’이라는 본질

산하령은 검술과 내공, 문파 간의 대립 등 전통 무협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유리갑이라는 비밀스러운 열쇠를 둘러싸고 강호 각 문파가 움직이고 귀곡과 천창, 오호맹 등의 조직은 그 세계관을 더욱 확장시킨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진짜로 탁월한 이유는 액션이나 음모가 아니라 캐릭터 간의 정서적 서사다. 주자서와 온객행의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서로의 상처를 발견하고, 지켜보며, 이해하고, 결국 서로를 구원하는 서사다. 이는 무협의 핵심인 ‘의리’와도 맞닿아 있다.

 

뛰어난 각본과 디테일, 재시청을 부르는 서사 구조

본 드라마의 각본가는 프리스트의 팬이자 무협 장르 애호가로, 원작의 정신을 지키면서도 TV 드라마에 적절하게 맞춰 각색했다. 초반 14화까지는 원작과 유사하게 흐르다가 이후엔 자체적인 스토리라인을 구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밀도는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대사에 고전 문학이나 시구가 자주 인용되는데 이는 온객행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도 작동한다. 예를 들어, “이 세상 떠돌이로 살아도, 너만 있으면 된다”라는 문장은 처음에는 농담처럼 들리지만 마지막 회를 보고 다시 들으면 무거운 감정이 밀려온다.

 

주자서(장철한), 온객행(공준), 고상(저우예), 조위녕(마문원)

 

고상과 조위녕, 그리고 조연들의 존재감

주인공 둘만이 아니라 조연들도 이야기의 중심에서 빛난다. 애칭이 아상인 고상(저우예)과 조위녕(마문원)의 로맨스는 보다 직선적이며, 고상이 보여주는 광기와 분노는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 폭발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마지막 회에서 귀곡의 주인으로서 절정의 분노를 터뜨리는 장면은 감정과 액션의 정점을 찍는다. 또한 청풍검파, 사계산장, 오호맹 등 다양한 조직 간의 관계와 갈등은 강호 세계의 다층적 구조를 보여준다.

 

열린 결말, 그리고 마지막 노래의 여운

드라마는 명확한 해답을 주기보다는 주자서와 온객행의 관계가 이후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상상할 여지를 남긴다. 결말부의 노래는 그들의 감정선을 요약한다. “세상을 떠돌고 싶었던 나, 너를 만나 평화로운 삶을 꿈꾼다”는 가사는 단순한 러브송을 넘어 이 드라마의 핵심 테마인 구원과 동행을 완성한다.

 

주자서(장철한), 온객행(공준)

 

결론: 이것은 그냥 벨드가 아니라 ‘예술’이다

산하령은 단순히 BL 장르의 성공작을 넘어 감정과 서사, 그리고 미장센까지 완성도 높은 드라마다. 저예산이었음에도 연기, 연출, 각본이 어우러져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하며 오히려 대형 작품들보다 더 큰 울림을 준다. 이 드라마가 왜 입소문 탔는지는 직접 보면 안다. 진정한 BL의 감성, 무협의 깊이, 감정의 치유를 동시에 원한다면 ‘산하령’은 단연 최고의 선택이다.

 

작품 정보

• 드라마 제목 : 산하령(山河令 | Word of Honor)

• 장르 : 중국드라마, 탐개극, 드라마, 무협, 선협, 미스터리, 로맨스, 검열된 각색

• 편수 : 총 36부작

• 방송 : 2021.02.22.~03.27.

• 스트리밍 : 티빙, wavve, 넷플릭스

• 원작 : 프리스트(Priest)의 소설 ‘천애객(天涯客 / Faraway Wanderers)’

• 각본 : 소초(小初)

• 감독 : 성지초(成志超) / 마화간(马华干) / 이굉우(李宏宇)

• 등장인물(출연배우): 주자서(장철한), 온객행(공준), 고상(저우예), 조위녕(마문원), 류천교(가내여), 희상귀(진자함), 고숭(흑자), 고소령(금악), 조경(왕약린), 장성령(손희륜), 심신(곽가호), 갈왕(이대곤), 엽백의(황유명), 칠야(위철명), 대무(범진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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