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와 피로 물든 바다에서 시작된 운명
중국 드라마 '곡주부인: 진주를 바친 여인(斛珠夫人 | Novoland: Pearl Eclipse)'은 ‘구주(九州)’라는 방대한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은 중국 작가 7인이 공동 창작한 시리즈 중 하나로 드라마 역시 방영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줄거리는 이렇다. 진주를 채집하며 평화롭게 살던 연해 어촌의 소녀 엽해시(양미)는 교주 세력의 습격으로 부모와 마을을 잃는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녀는 황제의 최측근이자 제풍관을 이끄는 권신 방감명(진위정)에게 구해지고 남장을 한 채 그의 제자가 된다.
이후 엽해시는 성을 ‘방’으로 바꾸고 무예와 책략을 익히며 황실의 암투와 권력 다툼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방제(진위정)를 스승으로 따르면서도 그에 대한 마음은 점점 사랑으로 번진다. 그러나 스승과 제자, 정치적 의무, 황제의 '백해'라는 혈맹의 저주가 그들의 사랑을 막는다.
백해는 백해로 이어진 상대가 느낄 고통과 질병을 대신 느끼게 된다. 즉 황제가 독주를 마시면 황제는 멀쩡하지만 백해가 피를 토하며 고통을 느낀다. 황제가 병에 걸리면 황제는 멀쩡하지만 백해가 그 병에 걸린다. 이 ‘백해의 비극’이 곡주부인을 가슴 절절한 드라마로 만드는 중요한 소재가 된다.
사랑보다 깊은 스승X제자 관계, ‘방제 X 방해시’
드라마의 중심은 단연 방제와 방해시의 금기된 로맨스다. 방해시는 처음엔 동경으로 시작된 감정을 점차 숨길 수 없는 사랑으로 키워가지만 방제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선을 긋는다. 그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황제의 '백해', 즉 생사공동체이기 때문이다. 황제가 다치면 대신 아프고 죽으면 함께 죽는 존재로 살아온 그의 삶에는 여유도 자아도 없다.
그러나 결국 방제는 한 번쯤은 이기적으로 살기로 한다. 그는 해시와 비밀리에 혼인하지만 독살과 정치적 모략 속에서 그녀를 지키기 위해 황제에게 바치는 ‘진주’로 그녀를 넘겨준다. 그녀가 황제의 후궁이 되는 선택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을 지키기 위한 희생이다.
사랑도, 책임도 무거운 황제 제욱과 제란
황제 제욱(서개빙)은 한때 평범한 삶을 원했지만 사랑하는 여인 자잠(진소운)을 잃고 피에 물든 정치 속에 잠긴다. 그러던 중 자잠과 똑같이 생긴 여인인 약소국 서출 출신 공주 제란과 정략결혼을 하게 된다.
초반 그의 잔혹함은 분노를 일으키지만 점차 제란과의 사랑이 싹트며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결국 둘은 아이까지 얻지만 제란의 오빠 수올란의 반란으로 황제와 제란 모두 전사하게 된다. 이 부부의 서사는 ‘증오에서 사랑으로’, 그리고 결국은 비극적 희생으로 끝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달콤 쌉싸름한 러브라인 3종 세트
① 방해시 & 방제: 둘의 사랑엔 말하지 못한 사랑, 가면 속 진심, 서로를 위한 희생이 있다. ‘사제 로맨스’가 이렇게 절절하고 뼈아플 수 있을까? 끝내 함께해도 함께하지 못하는 두 사람의 관계는 깊은 감정적 잔상을 남긴다.
② 제욱 & 제란: 황제의 광기, 제란의 인내, 그리고 서서히 피어나는 사랑을 보여준다. 많은 논란을 부른 장면들이 있지만 이 관계는 '회복'이라는 주제를 진하게 담고 있다.
③ 탁영 & 자류: 맹세보다 깊은 의남매 관계를 가진 탁영은 자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눈이 먼 그녀를 끝까지 지켜주고 결국 정치적 결혼 뒤에도 재회해 사랑을 이룬다. 두 사람의 관계는 드라마의 ‘힐링 포인트’다.
관계의 교차점, 그들의 우정과 혈맹
방제와 황제 제욱의 관계는 브로맨스 그 이상이다. 방제는 과거 방감명이라는 이름으로 황제와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다. 피를 나눈 건 아니지만 서로를 위해 생명을 내놓을 수 있는 사이다. 특히 백해의 저주는 둘의 관계를 더 긴밀하게 그러나 비극적으로 만든다. 해시와 탁영, 해시와 제란, 황제와 환관 무태감 등의 관계도 단순한 조연을 넘는 깊이를 지닌다. 이들은 드라마를 인간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비주얼과 사운드, 그 자체로 완성도
이 드라마는 CGI, 세트, 의상, OST 어느 하나 빠짐없이 고퀄리티다. 제풍관의 빗속 정자, 진주빛 낙화, 백옥색 가면의 방제 등 화면 하나하나가 예술이다. OST도 기대 이상이다. 장벽신이 부른 오프닝곡 ‘전각(镌刻, 새기다)’과 주심이 부른 엔딩곡 ‘이무방무지문(以无旁骛之吻, 진심을 다한 입맞춤)’은 극의 감정을 음악으로 완성시키며, 명장면을 더욱 가슴 깊게 각인시킨다.
결말과 아쉬움, 그리고 여운
방제는 살아남지만 또다시 백해가 되어 제욱과 제란의 아이인 황자를 지킨다. 황자가 호흡장애가 있는 미숙아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순용비인 방해시 역시 충신인 방제의 뜻을 받아들인다. 해시는 공적으로는 황자의 어머니로 남아 황후로서 섭정을 시작하지만, 사적으로는 방제의 연인으로 남는다. 공개되지 않은 사랑, 계속 반복되는 희생, 해결되지 않은 저주는 다소 답답함을 남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결말이 아니라 그 여정이다.
결론: 사랑과 희생이 교차하는 판타지의 결정체
‘곡주부인: 진주를 바친 여인’은 판타지, 로맨스, 정치극, 우정, 성장 등 다양한 장르가 복합적으로 녹아 있는 감성 사극이다. 단순한 러브 스토리 이상으로, 이 드라마는 ‘나를 지키기 위한 희생’, ‘금기된 감정과 책임’, ‘보이지 않는 전쟁’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렇기에 곡주부인은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고장극이다.
작품 정보
• 드라마 제목 : 곡주부인 : 진주를 바친 여인(斛珠夫人 | Novoland: Pearl Eclipse)
• 장르 : 중국드라마, 고장극, 정치, 판타지, 로맨스
• 편수 : 총 48부작
• 방송 : 2021.11.10.~12.05. 중국 텐센트TV / 2022.03.16.~05.20. 중화TV
• 스트리밍 : 티빙, 왓챠, wavve
• 원작 : 소여슬의 소설 ‘구주곡주부인(九州斛珠夫人)’
• 각본 : 장임남, 성천, 유연
• 감독 : 금사
• 등장인물(출연배우): 방해시/엽해시(양미), 방제/방감명(진위정/천웨이팅), 황제 제욱(서개빙/쉬카이청), 자잠/제란(1인 2역, 진소운), 방탁영(왕삼), 자류(원우훤), 저임량(예칭), 극칠칠(증영제), 탕건자(이태), 주유도(황준첩), 저계창(엽소위), 소명(한수일), 초자(이동혁), 장군후(풍초헌), 우보돈왕(하용생), 살리아(애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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