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색방화(国色芳华 / Flourished Peony)’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당나라를 배경으로, 한 여인의 자존과 생존, 그리고 새로운 삶을 위한 투쟁을 담은 작품이다. 주인공 하유방(양쯔)은 가족을 위해 정략결혼을 감수한 상인의 딸이다. 그러나 그녀의 결혼은 시작부터 불행하다. 남편 유창(위철명)은 첫사랑을 못 잊고, 그녀의 존재를 무시하며 냉대한다. 게다가 시댁은 그녀의 지참금을 이용해 가문을 유지하려는 속셈뿐이다.
그러나 하유방은 억눌림을 그대로 견디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자신의 삶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악명 높은 탐관오리 장장양(이현)의 도움으로 이혼을 성공시키며 장안으로 떠난다. 바로 여기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장장양, 위선 속 진심을 숨긴 남자
장장양은 탐관으로 소문난 화조사지만, 사실은 나라의 안위를 누구보다 먼저 생각하는 대의 있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하유방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돕지만, 그녀의 강단과 진심에 점점 이끌리게 된다.
장장양은 하유방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와주되, 그녀 스스로 능력을 증명할 기회를 먼저 준다. 그녀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물임을 믿고, 이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준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특별함이다. 단순히 ‘남주가 여주를 구한다’는 공식을 깨뜨린다.
모란꽃의 힘, 여성 연대의 씨앗이 되다
하유방은 어머니에게 배운 특별한 모란 재배 능력으로 새 삶을 시작한다. '모란 향기로 세상을 사로잡다'라는 제목처럼 그녀는 사업가로서 모란 재배 능력을 이용해 사업을 키우며, 같은 처지의 여성들을 돕는 데 앞장선다. 단순한 꽃 장사를 넘어, 그녀는 여성들에게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며 ‘꽃’이라는 상징을 통해 삶의 가능성을 전달한다.
여기서 하유방의 서사는 또 다른 여성인물들과 얽히며 깊이를 더한다. 특히 진성의(소운)는 하유방을 도와 시댁의 학대에서 벗어나게 돕는 인물로 등장하며 여성 간의 진정한 연대를 보여준다. 6~7화는 이러한 여성 우정의 정점을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사랑’은 부수적, ‘자기 성장’이 핵심이다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로맨스가 메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장장양과 하유방의 관계는 ‘연인’보다는 ‘파트너’에서 시작해, 점차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로 쌓아 올린다. 두 사람의 관계는 각자의 성장과 인생 목표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장장양은 하유방의 독립성과 능력을 인정하며, 그녀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키우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다. 이 과정에서 둘 사이에 따뜻한 케미와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며, 조용하지만 강력한 로맨스가 피어난다.
유창과 이유정, 옛사랑은 왜곡된 집착으로
반면, 유창과 이유정(장아흠)의 관계는 미련과 집착으로 얼룩진다. 유창은 여전히 과거의 감정에 얽매인 채 하유방을 소유물처럼 대한다. 그는 하유방이 자신을 거절할 때조차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보호해 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그러나 그는 아무 능력도, 영향력도 없다. 그저 그녀의 자유를 억압할 뿐이다.
이유정 또한 비슷하다. 고귀한 현주의 지위를 가졌지만, 감정의 불안정성과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스스로를 망친다. 그녀는 자신이 이상적으로 그리던 사랑을 현실에서 재현하려 하지만, 결국 상대조차 피로하게 만든다. 둘 모두 사랑보다는 ‘통제욕’이 관계의 중심이 된 인물들이다.
아름다운 외형, 깊은 내면
드라마는 외형적으로도 탄탄하다. 당나라 시대를 섬세하게 재현한 의상, 건축, 도구 등은 시각적으로 풍부하며 몰입감을 높인다. 예를 들어, 공주의 머리 장식은 실제 당나라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을 기반으로 디자인되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다.
특히 양쯔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며, 이현은 탐관과 전략가라는 이중적 인물을 설득력 있게 소화해 낸다. 두 사람의 케미는 단연 돋보인다. 오래된 친구로 알려진 양쯔와 이현은 자연스러운 호흡과 감정선으로 몰입감을 선사한다.
마무리하며: 국색방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국색방화 (国色芳华 / Flourished Peony)'는 단지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여성의 자립, 연대, 사회의 억압, 인간관계의 갈등, 그리고 결국 자기 존중의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이 중심이다. 하유방은 누구의 도움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그녀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법을 알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다른 이들에게도 길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여성 서사’의 정수를 보여준다. 하유방이 중심이 되지만, 주변 여성 인물들 역시 각자의 서사와 상처를 통해 한층 더 풍부한 이야기를 만든다. 또한 악역들도 단순히 ‘나쁜 사람’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 안에서 왜곡된 인물로 그려지며, 보는 이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
마지막 한 마디: 시즌 2, 얼른 와라
시즌 1의 마무리는 확실한 완결감을 주면서도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주인공들의 관계 변화, 사업 확장, 정치적 위기 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꽃이 피기까지 기다리는 법, 하유방은 그걸 아는 여자다. 하유방의 다음 걸음이 어디일지 기대하게 된다.
★ 작품 정보
● 드라마 제목 : 국색방화(国色芳华 / Flourished Peony)
● 장르 : 중국드라마, 고장극, 로맨스, 무협, 판타지
● 편수 : 총 32부작
● 방송 : 2025.01.07.~01.22.
● 스트리밍 : MOA, TVING, Wavve, WATCHA
● 원작 : 의천중(意千重)의 소설 ‘국색방화’
● 감독 : 정재광(丁梓光) / 각본 : 장연앙(张鸢盎)
● 등장인물(출연배우) : 하유방(양쯔), 장장양(이현), 유창(위철명), 이유정(장아흠), 진성의(소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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